해외영업을 하면서 해외 바이어에게 우리 제품을 판매하는 일과, 반대로 해외에서 제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식품 수입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업무는 상당히 다릅니다.
저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해외영업과 수출 현장에서 바이어 발굴부터 협상, 생산, 선적, 수출서류까지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출만큼이나 반대편에서 이루어지는 수입 업무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해외영업과 수출 업무를 처음부터 실제 현장의 관점에서 정리한 내용은 [해외영업과 무역의 현실, 20년 실무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에서 자세히 소개했습니다.
수출은 우리가 만든 제품을 해외 바이어에게 판매하는 것이지만, 식품 수입은 해외에서 좋은 제품을 찾는 것만으로 끝나는 업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아무리 유명하고 잘 팔리는 식품이라도 한국에서 수입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성분 하나 때문에 통관이 거절될 수도 있고, 국내 기준에 맞지 않는 표시사항 때문에 판매가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어렵게 통관을 마쳤다고 해서 반드시 국내에서 잘 팔리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 역시 20여 년 동안 해외영업과 수출입 업무를 하면서 실제로 식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앞으로 연재할 식품수입 실무의 첫 번째 글로, 식품 수입이 왜 어려운지, 일반 공산품 수입과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해외에서 어떤 식품을 가져와야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지를 전체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식품 수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통관’이다
식품 수입을 처음 검토하는 사람들은 흔히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해외에서 이미 판매되고 있는 정상적인 제품인데 한국으로 가져오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 식품 수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생산되고 판매되는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의 식품 관련 기준을 충족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식품에는 원재료와 첨가물, 제조방법, 사용된 성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수입을 검토할 때는 단순히 제품의 가격이나 디자인만 볼 것이 아니라,
• 어떤 원재료가 들어갔는지
• 어떤 식품첨가물을 사용했는지
• 국내에서 사용이 가능한 성분인지
• 제품의 유형이 국내 기준에 맞는지
• 한글 표시사항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지
• 수입 후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지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식품은 통관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일반 공산품보다 처리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해 국내까지 운송했는데 통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단순히 물건을 돌려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송 비용, 보관료, 폐기 비용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 경험: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 음료가 폐기된 이유
실제로 과거 말레이시아에서 음료 제품을 수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품 자체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였고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음료였습니다.
그런데 국내 수입 과정에서 제품에 포함된 성분 중 국내 기준상 문제가 되는 금지 성분이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해당 제품은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었고, 최종적으로 폐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식품 수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가?”가 아니라
“한국에서 수입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인가?”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식품 수입에서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먼저 국내 수입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통관을 통과한다고 한국에서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식품 수입에서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통관과 판매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입니다.
어렵게 수입통관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국내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 제품이라면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식품은 특히 국가별로 입맛과 식문화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캐나다 감자칩 수입을 검토했지만 보류했던 이유
과거 과자류 수입을 검토하면서 캐나다 감자칩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캐나다를 비롯한 북미 지역에서는 상당히 잘 판매되는 제품이었고 현지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국내 수입 가능성을 검토해볼 만한 제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제품을 확인하고 맛을 테스트해 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소비자의 입맛에는 너무 짠 편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입맛의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업체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담당자 한 명의 입맛이 아니라 한국 소비자가 이 제품을 반복해서 구매할 것인가입니다.
결국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를 고려해 수입을 보류했습니다.
이 경험 역시 식품 수입에서 중요한 교훈을 줬습니다.
해외에서 잘 팔리는 제품과 한국에서 잘 팔릴 제품은 반드시 같지 않습니다.
식품 수입과 일반 공산품 수입은 무엇이 다른가?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온다는 기본적인 구조만 보면 식품 수입도 일반 공산품 수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해외 공급업체를 찾고, 제품을 선정하고, 가격을 협상하고, 발주한 후, 운송과 통관을 거쳐 국내에 입고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하지만 식품은 제품의 특성 때문에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일반 공산품은 주로 제품의 규격, 안전기준, 인증, 전기 관련 사항 등을 확인해야 한다면 식품은 여기에 더해 원재료와 성분, 식품첨가물, 표시사항, 식품 유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따라서 식품 수입에서는 제품을 선정하기 전에 국내 관련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출에서는 Commercial Invoice, Packing List, B/L, C/O 등의 서류가 중요하다면, 식품수입에서는 여기에 더해 식품의 성분과 기준·규격, 표시사항 등 수입국의 식품 관련 요건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수출서류 작성에 관한 내용은 [수출서류 작성, Commercial Invoice부터 PL, B/L, C/O 실무 체크리스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실제 식품 수입 과정에서 필요한 검사 기준과 수입 관련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입식품정보마루]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외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제품 정보만 믿고 수입을 진행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외 제조업체는 당연히 자국의 기준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제품을 판매하려는 곳은 한국입니다.
결국 수입업체는 해외 제조업체의 기준과 한국의 기준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식품을 그대로 수입하면 실패할 수 있다
식품 수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해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물론 해외에서의 판매 실적은 중요한 참고자료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유명한 과자라고 하더라도 한국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 맛일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음료라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선호하는 맛이나 용량과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가격 경쟁력도 중요합니다.
해외 공급가격이 저렴해 보여도 국제운송비, 관세 및 세금, 통관비용, 보관비, 국내 유통비용 등을 모두 고려하면 국내 판매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품 수입에서는 다음 질문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이 제품을 한국 소비자가 왜 구매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식품 수입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들
식품 수입은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됩니다.
가능하면 수입하기 전에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인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생산·판매되는 제품이라도 국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품의 원재료와 성분 등을 확인하여 국내 수입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해야 합니다.
식품 원재료와 성분에 문제가 없는가?
제품의 맛이나 디자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여러 가지 원료가 혼합된 가공식품은 원재료와 첨가물 등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수입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나중에 성분을 확인하는 방식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국내 표시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가?
해외 제품을 그대로 가져와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요구하는 표시사항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한글 표시사항을 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제품 선정 단계에서부터 해외 제조업체로부터 정확한 제품 정보를 받아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입 후 실제 판매 가능성이 있는가?
통관 가능성만 확인해서도 부족합니다.
국내 소비자가 구매할 만한 가격인지, 맛과 품질이 국내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지, 기존 경쟁 제품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있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통관 가능성과 판매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식품 수입은 ‘좋은 제품 찾기’보다 ‘팔 수 있는 제품 찾기’가 먼저다
20여 년 동안 해외영업과 수출입 업무를 경험하면서 느낀 식품 수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간단합니다.
좋은 제품을 찾는 것과 팔리는 제품을 찾는 것은 다릅니다.
해외에서 유명한 제품이라고 해서 한국에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수입할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해외에서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제품이라도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시장 상황에 잘 맞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품 수입을 검토할 때는 다음 네 가지를 함께 확인 해야 합니다.
① 한국에서 수입할 수 있는 제품인가?
② 국내 식품 기준과 표시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가?
③ 국내 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할 제품인가?
④ 모든 비용을 고려해도 판매 경쟁력이 있는가?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수입을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식품 수입의 시작은 해외가 아니라 한국에서 시작된다
식품 수입이라고 하면 흔히 해외에서 좋은 제품을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실무에서는 순서가 조금 다릅니다.
“이 제품을 한국에 가져와 팔아도 되는가?”
먼저 이것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제품이라도 국내 기준에 맞지 않아 폐기될 수 있고, 통관에 문제가 없더라도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지 않아 판매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말레이시아 음료의 폐기 사례와 캐나다 감자칩 수입 보류 사례도 결국 같은 교훈을 보여줍니다.
식품 수입은 해외에서 제품을 찾는 업무가 아니라, 한국에서 수입하고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별하는 업무입니다.
앞으로 이어질 식품수입 실무에서는 막연하게 “식품을 어떻게 수입하는가”가 아니라 실제 수입업체가 처음 준비해야 하는 단계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사업자등록부터 시작해 식품 관련 영업등록, 위생교육, 수입식품 관련 준비사항, 해외 공급업체 선정, 제품 성분 검토, 한글 표시사항, 수입신고와 검사, 통관 및 국내 판매까지 실제 식품 수입 업무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 보겠습니다.
식품 수입은 제품을 주문하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품을 주문하기 전에 ‘이 제품을 한국에서 팔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