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영업에서 어떤 국가를 공략할 것인지는 바이어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단순히 인구가 많거나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선택하면 예상하지 못한 인증, 관세, 유통구조와 가격 경쟁의 장벽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20년간 다양한 국가를 직접 상대해 온 해외영업 실무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막연한 기대가 아닌 시장 규모와 수입환경, 경쟁 상황, 진입 장벽 등을 기준으로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을 세우는 방법을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합니다.
데이터 없는 막연한 낙관론이 해외영업을 망치는 과정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은 해외영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해외영업을 처음 시작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때, 많은 실무자가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 국가는 인구도 많고 한국 제품을 좋아하니까 무조건 터질 것이다”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직감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이전 첫 번째 글 [20년 실무자가 말하는 해외영업과 무역의 현실] 에서 언급 했듯이, 현지 시장은 정수된 물통을 올려 쓰는 디스펜서가 90% 이상인데 혼자 정수기 필터를 팔겠다며 바이어에게 무작정 메일을 뿌리는 무모한 영업이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냉정한 무역 현장에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은 ‘느낌’은 높은 확률로 시간과 비용의 낭비라는 처참한 결과로 돌아올 뿐입니다.
실전 무역에서 성공 확률을 극대화하는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은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화려하게 찾아 나서는 ‘확장’의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확실한 리스크를 제거하며 우리 회사의 소중한 자원을 집중할 2~3개국으로 좁혀나가는 ‘압축’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중소기업이나 1인 셀러가 전 세계 모든 국가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화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단계에서 선택과 집중이 빗나가면 전체적인 영업 효율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해외시장조사는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의 절대적 선결 조건이다
막연한 환상을 깨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장을 숫자로 냉정하게 뜯어보는 것입니다.
즉, 제대로 된 해외시장조사가 선행되어야만 올바른 타깃 국가를 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 글인 [해외시장조사, 정보 취합보다 진입 장벽 확인이 먼저다]를 통해 우리는 무역 통계를 기반으로 HS CODE를 활용해 수입액 데이터를 조회하고, 눈앞의 지뢰를 거르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때 데이터라는 것이 단순히 수입액이나 관세율 하나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먼저 무역 통계를 통해 품목별 수입액이 큰 국가를 1차로 추려내고, 관세법령정보포털 등을 통해 각국의 수입 관세 장벽을 파악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 나라는 분명히 우리 제품의 시장성이 있어 보이는데 왜 수입 통계가 전무할까?”라는 의문이 생길 때, 까다로운 인증 요건이나 쿼터 제한 같은 비관세 장벽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마인드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해외시장조사의 필터를 거쳐야만 비로소 진짜 화력을 쏟아부을 최종 후보지를 압축하는 정밀한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진동클렌저 실전 사례로 보는 시장 압축의 힘
이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직접 경험했던 미용기구 수출 사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당시 아이템은 미세한 항균 브러시가 장착된 건전지 타입의 얼굴 세안용 ‘진동클렌저’였습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피부 관리에 관심이 높은 시기였기에 얼핏 전 세계가 다 타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HS CODE를 기반으로 냉정하게 해외시장조사를 해보니 전반적인 이미용기구 시장성이 전 세계적으로 그리 활발하지 못함을 확인했습니다.
그나마 수치가 나았던 미국과 유럽 시장을 깊게 파고들었더니, 이미 그곳은 충전식 형태의 글로벌 대기업 고가 브랜드들이 시장을 꽉 쥐고 있었습니다.
중소기업 제품으로 정면승부를 벌이기엔 장벽이 너무 높았던 것입니다. 시장 규모는 컸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습니다.
한-아세안 FTA 협정 덕분에 우리 제품의 관세율이 ‘0%’가 되는 동남아 국가로 눈을 돌린 것입니다.
마침 인도네시아 KOTRA 무역관의 해외시장보고서를 분석해 보니, 현지 대중들에게는 고가의 글로벌 브랜드보다 가성비가 뛰어난 저가형 미용기구가 충분히 먹힐 수 있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해외시장조사를 통해 타깃을 인도네시아로 확실하게 압축한 우리는 곧바로 현지 뷰티 전시회에 참가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대성공이었습니다.
바이어들의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현장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물꼬를 트자 신기하게도 이웃 나라인 말레이시아 바이어가 먼저 인콰이어리를 보내와 꾸준한 오더 발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곳에 화력을 집중하라
이 진동클렌저 사례가 증명하듯, 철저한 해외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설계된 타깃 국가 선정은 기업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껴줄 뿐만 아니라, 매출을 폭발적으로 증대시키는 가장 중요한 열쇠입니다.
만약 우리가 통계나 관세, 현지 보고서라는 데이터 없이 그저 감(感)만 믿고 미국이나 유럽의 문만 두드렸다면 수천만 원의 비용만 날린 채 실패했을 것입니다.
올바른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의 본질은 막연한 느낌과 시장의 겉모습에 속지 않고, 데이터가 가리키는 틈새를 찾아 화력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리스크를 압축하고 데이터의 깊이를 더하십시오.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타깃 국가를 잘못 고르면 영업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합니다.
데이터를 믿고 화력을 집중하십시오.
그것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과를 만드는 베테랑의 해외영업 방식입니다.
무조건 많은 국가를 공략하기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전략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타깃 국가 선별 전략을 통해 압축한 시장을 바탕으로, 실제 구매 권한을 가진 ‘진성 바이어’를 온라인 데이터와 구글 검색만으로 발굴하는 실전 프로세스를 다루어 보겠습니다.
무료 B2B 플랫폼과 기업 정보 검색 기법을 활용해 계약 가능성이 높은 바이어를 리스트업하는 베테랑의 해외영업 노하우를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