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의 제품 사양 변경, 어디까지 맞춰줘야 할까?

해외 바이어의 제품 사양 변경은 해외영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처음 상담할 때는 제품의 기본 사양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바이어가 내부적으로 검토한 후 원단이나 디자인을 바꿔달라고 하거나, 포장 사양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로는 제품의 원재료 함량까지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합니다.

해외영업 담당자 입장에서는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주는 것이 당연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제품 사양 변경을 무조건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양이 변경되면 원가가 달라질 수도 있고, 생산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으며, 납기까지 변경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품 사양 변경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해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변경했을 때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이 발생하느냐”라고 생각합니다.

20여 년간 해외영업을 하면서 실제로 경험했던 세 가지 사례를 통해, 바이어의 제품 사양 변경을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품 사양 변경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여성 잠옷 수출

제가 첫 번째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그 회사는 여성 잠옷을 제조하여 수출하는 회사였습니다.

내수 판매는 하지 않고 수출만 하는 회사였고, 중국 위해에 직접 봉제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의 특징은 다품목 소량 발주였습니다.

해외 바이어와 상담할 때는 우리가 준비해 놓은 수백 개의 샘플을 보여주고, 그중 바이어가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상담 과정에서 바이어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하여 최종 발주 제품을 결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어가 샘플을 보고 레이스를 다른 것으로 바꿔달라고 하거나, 소매 디자인을 변경해 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담이 끝났다고 바로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이어와 제품의 디자인과 수량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한국의 기술진이 다시 실제 생산에 필요한 원단, 레이스, 부자재 등의 구체적인 소요량을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에 따라 원재료별 발주처에 필요한 자재를 발주한 후, 최종 샘플과 작업지시서를 중국 법인으로 전달했습니다.

따라서 바이어가 상담을 마치고 돌아간 후 내부 회의를 통해 제품 사양을 일부 변경하더라도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100종의 제품을 주문한다고 가정하면, 바이어가 상담 이후

• 이 제품의 레이스를 다른 것으로 변경
• 소매 디자인 변경
• 원단 변경
• 제품 수량 변경

등을 요청하더라도 아직 한국에서 원재료를 발주하기 전이라면 수정할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이 경우 제품 사양 변경이 발생하더라도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소요량을 계산하면 됐습니다.

즉, 같은 제품 사양 변경이라도 변경 요청이 들어온 시점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원재료를 발주하지 않았고 생산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바이어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제품 사양 변경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 변경을 요청했느냐였습니다.

세안용 진동 클렌저의 제품 박스 사양 변경

두 번째 경험은 얼굴 세안용 진동 클렌저를 생산·수출하는 회사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이 회사는 수출을 주로 하는 중소기업이었고, 자체적인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외 바이어가 OEM 방식으로 주문하면서 자신의 회사 로고를 제품에 넣어달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품에 바이어 로고를 넣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독 제품 박스의 사양 변경 요청이 잦았습니다.

뷰티·미용 제품이다 보니 바이어들이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보게 되는 포장 박스의 디자인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기 때문입니다.

내부 디자인팀에서 2D 박스 디자인을 만들어 바이어에게 보내면 바이어가 다시 수정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두 번, 세 번 수정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제품 박스가 단순히 디자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제품을 카톤박스에 포장해서 출하하기 때문에 개별 제품 박스의 크기가 카톤박스 입수량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품 박스의 사이즈가 조금 커지더라도 카톤박스에 들어가는 수량에 변화가 없다면 최대한 바이어가 원하는 사양을 적용해 주는 편이었습니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카톤박스 하나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넣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 제품은 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박스 부피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제품 사양 변경은 바이어의 요구를 받아주는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기준은 분명했습니다.

무리한 사이즈 변경은 어렵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왜냐하면 개별 제품 박스가 지나치게 커져서 카톤박스에 들어가는 제품 수량이 줄어들면 결국 우리 회사의 물류비와 원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카톤박스에 20개를 포장할 수 있었는데 제품 박스 사이즈가 커져 15개밖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단순한 제품 사양 변경일 수 있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카톤당 입수량 감소와 물류비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제품 사양 변경은 단순히 “바이어가 원하니까 해준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변경된 사양이 우리 회사의 원가와 물류비, 생산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유자차 함유량을 50%에서 70%로 변경해 달라는 바이어

세 번째 경험은 유자차, 생강차 등 액상차를 제조하는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의 일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형태의 제품 사양 변경 요청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회사에서 수출용으로 생산하던 유자차는 당절임 유자가 50% 투입되는 사양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해외 바이어가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원하면서 당절임 유자 함량을 50%에서 70%로 올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이 원하는 고품질 사양의 제품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산팀에서는 난색을 보였습니다.

그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회사에서는 유자차뿐만 아니라 생강차, 대추차, 한라봉차 등 다양한 액상차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생산계획에 따라 여러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제품은 동일한 생산방식으로 원료 배합과 농축, 충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캡 공정과 라벨 공정에서 바이어의 PB 제품인지 우리 회사 NB 제품인지에 따라 구분하면 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바이어만 유자차의 원재료 배합 자체를 변경해 달라고 한 것입니다.

당절임 유자 50% 제품을 생산하다가 갑자기 70% 제품을 별도로 생산해야 하니 생산팀에서는 생산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성수기를 앞두고 각국의 주문이 밀려오는 시기라면 생산팀 입장에서는 하나의 다른 사양을 별도로 생산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바이어의 요구를 단순히 거절할 수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기술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생산 효율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바이어의 제품 사양 변경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 경우에는 바이어의 요구를 반영하되, 생산팀과 충분히 협의하여 별도 생산이 가능한 일정을 잡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 사양 변경을 받아주느냐, 거절하느냐의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바이어가 원하는 변경을 받아주되, 그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상의 문제를 내부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해외영업 담당자의 역할이었습니다.

제품 사양 변경은 먼저 원가와 생산 가능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세 가지 경험은 모두 다른 제품이었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이어가 제품 사양 변경을 요청했다고 해서 무조건 거절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무조건 받아줄 필요도 없었습니다.

먼저 변경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제가 실무에서 제품 사양 변경 요청을 받았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확인했을 것입니다.

첫째, 무엇이 변경되는지 확인합니다.

원단인지, 부자재인지, 제품 크기인지, 포장인지, 원재료 함량인지에 따라 영향이 다릅니다.

둘째, 원가가 변경되는지 확인합니다.

원재료가 추가되거나 고급 원재료로 변경된다면 기존 견적과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생산이 가능한지 확인합니다.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인지, 생산팀에서 별도의 작업이 필요한지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생산 효율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합니다.

이번 유자차 사례처럼 생산 자체는 가능하지만 별도 생산으로 인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납기가 변경되는지 확인합니다.

제품 사양 변경으로 추가 작업이나 별도 생산이 필요하다면 기존 납기를 그대로 지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를 확인한 다음 제품 사양 변경을 요구하는 바이어에게 답변해야 합니다.

제품 사양 변경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기존 견적 조건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변경된 사양을 기준으로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수출 견적을 작성할 때 확인해야 할 거래 조건과 제품 스펙에 대해서는 이전 글 [수출 견적서 작성법: 해외 바이어에게 보내기 전 확인해야 할 항목]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바이어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과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다르다

해외영업 담당자는 바이어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요구사항을 들어주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어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과 우리 회사가 손해를 감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디자인 변경이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바이어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이 거래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원재료가 추가되거나 제품 크기가 커지거나, 생산을 별도로 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제품 사양 변경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주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이어에게 변경된 사양으로 생산해 주겠다고 먼저 약속한 뒤 내부적으로 생산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해외영업 담당자가 오히려 곤란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어에게 답변하기 전에 내부 확인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합니다.”

라고 먼저 답변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하신 변경 내용을 내부적으로 확인한 후 다시 회신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그동안 생산팀, 구매팀, 디자인팀 등 관련 부서에 확인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이어와의 조건 협상과 무역 실무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면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의 관련 교육과정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품질, 수량, 가격, 결제, 선적 조건 등 실제 거래에서 협의해야 할 내용을 실무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제품 사양 변경으로 비용이 발생한다면 다시 협의해야 한다

제품 사양 변경으로 비용이 발생한다면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박스 디자인에서 새로운 동판이 필요하거나, 별도의 금형이 필요하거나, 원재료가 추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견적가격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판매자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따라서 제품 사양 변경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면 바이어에게 변경된 조건과 비용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The requested specification change will result in additional material and production costs. We will review the additional cost and revised lead time and get back to you.”

즉, 바이어의 요구를 무조건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변경된 조건에 맞춰 가격과 납기를 다시 협의하는 것입니다.

사양 변경이 실제 생산에 영향을 준다면 추가 비용뿐 아니라 생산 일정과 납기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선수금 확인 이후 자재 발주와 생산 일정까지 관리하는 과정은 이전 글 [생산과 납기 관리, 해외영업 실무 핵심 6가지]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해외영업에서 중요한 것은 바이어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마느냐만이 아닙니다.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과 책임까지 함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품 사양 변경은 어디까지 맞춰줘야 할까?

결국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해외 바이어가 제품 사양을 계속 변경할 때 어디까지 맞춰줘야 할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변경이라면 최대한 맞춰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변경으로 인해 원가, 생산 효율, 납기, 물류비 등에 영향을 준다면 그냥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변경된 조건을 다시 협의해야 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세 가지 사례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여성 잠옷의 경우 생산 전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원단이나 레이스, 디자인 등의 변경을 비교적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세안용 진동 클렌저의 경우 바이어가 원하는 박스 디자인은 최대한 맞춰주되, 카톤박스 입수량이 줄어드는 무리한 사이즈 변경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유자차의 경우 당절임 유자 함량을 50%에서 70%로 올리는 것은 가능했지만,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생산팀과 별도 생산 일정을 협의해야 했습니다.

결국 세 사례의 차이는 바이어의 요구가 무리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 변경이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였습니다.

맺음말: 바이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도 해외영업의 실력이다

해외영업을 하다 보면 바이어가 처음부터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결정해서 주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제품을 수정하기도 하고, 내부 검토 후 포장이나 디자인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제품의 원재료 사양까지 변경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제품 사양 변경 자체를 문제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바이어의 요구를 어느 정도까지 받아줄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다시 협의하는 것이 해외영업 담당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바이어의 요구를 무조건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조금 번거롭다는 이유로 거절하는 것도 아닙니다.

처음에는 어떤 조건이었는지 확인하고 → 바이어가 무엇을 변경해 달라고 했는지 확인하고 → 내부적으로 생산과 원가를 검토하고 → 추가 비용과 납기 변경 여부를 확인한 뒤 → 바이어와 다시 협의하는 것.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해외영업을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은 바이어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자체보다, 그 요구를 우리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바꾸어 협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해외영업은 바이어가 원하는 것을 모두 해주는 일이 아니라,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과 우리 회사가 생산할 수 있는 조건 사이에서 현실적인 접점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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