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의 무응답, 주문 확정 전이라면 어디까지 기다려야 할까?

바이어의 무응답은 해외영업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협상이 잘 진행되던 바이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연락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견적을 보내고 제품에 대한 질문까지 주고받았는데 어느 순간 답변이 끊기거나, 주문하겠다고 이야기한 뒤 PO를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해외영업 담당자는 바이어에게 계속 연락해야 할까요? 아니면 일정 기간 기다려야 할까요?

20여 년간 해외영업을 하면서 경험한 여러 사례를 기준으로, 바이어의 무응답이 발생했을 때 어디까지 대응하고 언제 기다려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주문 의사를 밝힌 것과 실제 주문 확정은 다르다

해외영업에서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주문하겠다”는 말과 실제 주문은 다릅니다.

제가 바이어에게 일반적으로 받은 이메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 We would like to place an order.
  • We are planning to order next month.
  • We will send the PO soon.
  • We would like to start production as soon as possible.

저는 이런 이메일을 받으면 주문 확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 업무에서는 그 이후에도 여러 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한 일반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문 의사 표시 → PO 수신 → PI 발행 → Signed PI 수신 → 선수금 입금 → 생산 시작

각 단계의 의미가 다릅니다.

바이어가 주문하겠다고 말한 것은 말 그대로 주문 의사를 표현한 것입니다.

바이어가 PO를 보내야 실제 발주 내용이 문서로 들어옵니다.

PO를 받은 후에는 셀러가 거래 조건과 제품 내용을 확인하고 PI를 발행합니다.

그리고 바이어가 PI 내용을 최종 확인한 뒤 서명한 Signed PI를 보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T/T 거래에서 약속된 선수금이 실제 회사 계좌에 입금되어야 생산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영업 담당자는 위에서 설명한 단계를 구분해서 관리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생산을 시작하는 기준은 회사의 거래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저는 일반적인 T/T 거래에서는 약속된 선수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뒤 생산을 진행하는 방식이 기본이었습니다.

이 기준이 명확하면 바이어의 무응답이 발생했을 때도 필요 이상으로 조급해지지 않습니다.

PO를 보내지 않는 바이어, 먼저 연락해야 할까?

바이어가 주문하겠다고 했는데 PO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스틱 커피를 수출하고자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는 교포 사업가와 거래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보내준 견적서를 컨펌하고, 언제쯤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묻습니다.

그래서 “PO를 보내주셔야 제품별 수량이 확인 가능하고, 제가 가능한 일정표를 확인한 뒤 PI 를 보내겠습니다. 먼저 PO를 보내주십시오.”

그러나 이 바이어는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1주일 후에 제가 이메일로 이전 메일 전달 키를 이용하여, 다시 한 번 이메일로 “PO 준비되시면 회신 부탁드립니다” 라고 했는데, 바이어의 무응답은 계속됐습니다.

저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고 바이어가 연락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러고 난 2개월 뒤, 회신이 오기를 협의했던 수량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PO를 안 보내 주셔서 아직 진행 전입니다’ 라고 했더니 그동안 출장이 잦고 바쁜 업무 때문에 회신을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미 견적서 유효기간은 1개월이라 지금은 원자재 상승분을 감안하여 단가가 인상 됐다고 하니 더 이상 회신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PO를 보내기 전 바이어의 무응답에 해외영업 담당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산 일정을 비워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문 상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PO가 오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먼저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에는 다른 생산 일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주문 수량이 크다고 해서 PO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생산 라인을 미리 확보하거나 자재를 발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바이어가 주문 의사를 밝혔더라도 내부 사정으로 주문이 연기될 수 있고, 최종적으로 주문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히려 이런 경우 회사 내부에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주문‘으로 관리했습니다.

바이어가 주문한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주문처럼 관리하기 시작하면 영업 담당자 자신이 먼저 압박을 받게 됩니다.

생산팀에는 언제 생산할 것인지 설명해야 하고, 구매팀에는 언제 자재를 준비할 것인지 이야기해야 하며, 바이어의 무응답이 지속되면 계속 일정이 꼬이게 됩니다.

반대로 PO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확정 주문과 구분해서 관리하면 됩니다.

바이어에게 필요한 확인은 하되, 회사 내부에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주문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 사우디 바이어같은 해외영업에서 허다합니다.

PO는 받았는데 Signed PI가 오지 않는 경우

PO가 들어왔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PO를 받은 후 판매자는 제품, 수량, 단가, 포장, 거래조건, 결제조건 등을 다시 확인하고 PI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실제 주문을 구체적인 거래조건으로 확정해 가는 단계입니다.

문제는 셀러의 서명이 들어간 PI를 보낸 후 바이어의 서명을 요청한 후 회신해 달라고 했는데 다시 바이어의 무응답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바이어가 PO까지 보냈으니 이제 곧 Signed PI를 보내겠다고 생각했는데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는 것입니다.

이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 여러 번 재촉하기보다는 PI를 보낸 날짜와 바이어에게 요청한 내용을 기록해 두고 적절한 시점에 Follow-up 하면 됩니다.

보통 저는 다음과 같이 보내곤 했습니다.

“Dear _,

I hope you are doing well.

We would like to follow up on the signed PI sent on [date].

Please review the PI and return the signed copy if everything is confirmed.

If there are any questions or changes, please let us know.

Best regards,”

바이어가 제품이나 조건을 다시 검토하고 있을 수도 있고, 내부 결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 회사 규모가 큰 바이어라면 구매 담당자가 PO를 발행한 뒤 재무팀이나 다른 부서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답장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거래가 취소됐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회사가 바이어의 내부 사정 때문에 계속 생산 일정을 비워둘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Signed PI가 오지 않았다면 아직 최종 확인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어떤 바이어들은 Signed PI 대신 바로 선수금을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굳이 Signed PI 를 재요청 할 필요는 없습니다.

Signed PI까지 받았는데 선수금이 입금되지 않는다면?

이 단계가 실제 해외영업에서는 더욱 중요합니다.

바이어가 Signed PI를 보내왔습니다.

담당자는 이제 주문이 확정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PI에 30% Deposit 조건이 있는데 바이어의 무응답이 발생할 때입니다.

Signed PI를 받았다는 것은 바이어가 거래조건에 동의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지만, 회사의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결제조건에 따른 실제 입금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특히 T/T 거래에서는 바이어가 송금했다는 이야기만 듣고 생산을 시작해서는 안 됩니다.

송금증을 보내왔다고 하더라도 실제 회사 계좌에 입금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실무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은 간단했습니다.

“말로 입금했다고 하는 것”과 “회사 계좌에 실제 입금된 것”은 다르다.

회계나 재무 담당자를 통해 실제 입금 여부를 확인한 뒤 생산을 진행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주문 확정 과정이 명확해집니다.

PO 수신 → PI 발행 → Signed PI 수신 → 선수금 입금 확인 → 생산 시작

이 과정에서 어느 하나가 빠져 있다면 다음 단계로 무조건 넘어갈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선수금이 입금되기 전에 생산을 시작하면 바이어가 갑자기 주문을 취소하거나 수량과 스펙을 변경했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원자재를 구매했거나 생산을 진행했다면 그 비용과 재고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새로운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해외영업에서 주문을 받는 것만큼이나 주문 확정의 기준을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글: [생산과 납기 관리, 해외영업 실무 핵심 6가지]

바이어의 무응답이 계속될 때, 해외영업 담당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바이어의 무응답이 계속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먼저 ‘현재 거래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주문 의사만 밝힌 상태

아직 PO가 없습니다.

이 경우에는 주문 확정 전입니다.

약속한 시점이 지나면 한두 차례 Follow-up을 하고, 계속 답이 없다면 우선순위를 낮춰 관리할 수 있습니다.

2) PI를 보낸 상태

PO는 받았지만 PI 확인이나 다음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우리가 발행한 PI와 거래조건을 다시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만 간단하게 문의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바이어가 Signed PI 대신에 바로 선수금을 입금할 수도 있습니다.

3) Signed PI까지 받은 상태

거래조건에 대한 확인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결제조건에 따른 다음 단계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수금 30% 조건이라면 실제 입금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4) 선수금까지 입금된 상태

이 단계부터는 생산과 납기 관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즉, 같은 ‘바이어의 무응답’이라도 어느 단계에서 발생했느냐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집니다.

주문 의사만 밝힌 사우디 바이어가 연락을 끊은 것과 선수금을 송금한 바이어가 연락을 끊은 것은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선수금이 입금되는 순간 생산팀에 작업 지시서를 전달하면 됩니다.

주문 확정 전 바이어의 무응답, 꼭 나쁜 신호일까?

해외영업을 오래 하다 보면 바이어의 무응답을 너무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게 됩니다.

바이어가 답장을 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내부 결재가 늦어졌을 수도 있고, 시장 상황이 변했을 수도 있습니다.

재고가 생각보다 많이 남았을 수도 있고, 자금 사정 때문에 주문 시점을 미뤘을 수도 있습니다.

담당자가 휴가 중일 수도 있고 담당자가 변경됐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거래 의사가 약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메일 한두 번에 답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이어의 무응답 자체보다 현재 거래 단계와 이전 거래 기록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전부터 꾸준히 거래해 온 바이어가 이번에 며칠 동안 답장이 없다고 해서 갑자기 거래 의사가 없어졌다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앞서 언급한 사우디 바이어처럼 주문하겠다고 말만 반복하면서 PO도 보내지 않고, 구체적인 일정도 제시하지 않는다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외영업 담당자의 시간도 회사의 자원입니다.

모든 바이어를 같은 비중으로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실제 거래 단계와 가능성을 기준으로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도 해외영업의 중요한 실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시장이나 거래국가 대한 최신 정보가 필요하다면 한국무역협회의 해외시장뉴스 서비스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바이어가 무응답일 때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해외영업에서 바이어의 무응답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중요한 것은 답장이 없을 때마다 조급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문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주문한다고 말한 것과 PO를 받은 것은 다르고, PO를 받은 것과 Signed PI를 받은 것도 다릅니다.

그리고 Signed PI를 받았더라도 회사의 결제조건에 따라 선수금 입금 여부를 확인해야 실제 생산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해외영업을 하면서 제가 배운 것은 결국 단순했습니다.

“바이어가 주문한다고 말했다”보다 “어디까지 확인됐는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주문 확정 전이라면 우리 회사가 무조건 서두를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시점에 Follow-up하고, 바이어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다른 업무와 생산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해외영업은 바이어의 모든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이 아니라, 거래의 각 단계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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