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제조사 협상은 단순히 제품 가격을 낮추는 과정이 아니라, 수입하려는 제품의 가격과 MOQ(최소 주문수량), 거래조건을 현실적으로 맞춰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해외 제조사나 공급 업체를 발굴하고 첫 컨택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를 확인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숫자를 주고받는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제조사와 처음 연락하는 방법과 회사소개서·제품 카탈로그를 통해 업체의 수출 준비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은 앞선 「해외 제조사 컨택 방법, 첫 연락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때 수입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핵심 요소가 바로 단가, MOQ, 거래조건과 결제 화폐입니다.
특히 식품 수입은 공산품과 달리 첫 거래부터 대량으로 주문하기 어렵습니다.
제품의 국내 판매 가능성뿐만 아니라 식약처 수입검사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가격만 보고 주문하기보다는 첫 수입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제조사와 거래조건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제가 실제로 여러 해외 제조사 협상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가격을 얼마나 낮추느냐보다, 첫 거래에서 어느 정도의 물량으로 시작하고 어떤 조건으로 거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공급가격만 보지 말고 실제 수입 원가부터 계산하라
해외 제조사 협상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역시 제품 가격입니다.
하지만 제조사가 제시하는 FOB나 EXW 가격만 보고 “이 정도면 싸네”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앞서 [수입식품 선정 방법, 실패를 줄이는 5단계 실무 체크리스트]에서 설명했듯이, 수입할 제품을 선정할 때는 맛과 가격뿐만 아니라 국내 판매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제품이 해외 제조사에서 출고 되어 국내 창고에 들어오기까지 여러 비용이 추가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실제로 수입 원가를 계산할 때는 다음과 같은 항목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① 제품 공급가격 — FOB, EXW, CIF 등 거래조건에 따른 제품 가격
② 국제 운송비 — 해상 또는 항공 운임
③ 포워더 및 현지·국내 부대비용
④ 관세 및 부가가치세
⑤ 식약처 검사 관련 비용
⑥ 한글 표시사항 제작 및 부착 비용
⑦ 보세창고 및 국내 창고 비용
⑧ 통관 및 관세사 관련 비용
⑨ 국내 운송비
따라서 해외 제조사가 제시한 공급가격에 이러한 비용을 더해 국내 창고에 실제로 들어오는 원가를 계산해야 합니다.
여기에 국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판매수수료와 마진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제조사가 “한국 시장에 매우 경쟁력 있는 가격”이라고 제시하더라도, 실제 국내 판매가격을 계산했을 때 이미 국내 경쟁제품보다 비싸다면 수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그래서 가격 협상의 시작점을 제조사가 제시한 가격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국내에서 얼마에 팔 수 있는가에 두는 편이었습니다.
MOQ는 첫 거래부터 대량 주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을 확인하면 다음으로 해외 제조사 협상에서 반드시 부딪히는 것이 MOQ(Minimum Order Quantity), 즉 최소 주문수량입니다.
해외 제조사에 따라 “제품당 1,000박스”, “팔레트 단위”, 심한 경우 “20피트 컨테이너 한 대”를 최소 주문수량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생산 효율과 포장비 등을 고려하면 당연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입자 입장에서는 첫 거래부터 대량 주문하는 것이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식품은 공산품과 달리 국내에서 판매가 잘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식약처 검사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견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실제 한국 소비자의 반응이 예상과 다를 수 있고, 유통기한이나 맛, 가격 때문에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외 제조사 협상에서는 첫 거래부터 제조사가 요구하는 MOQ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한국 시장 테스트를 위한 첫 주문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물량을 낮추는 협상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첫 수입은 제품별 100kg 이상 Trial Order로 시작하라
제가 실제로 여러 해외 제조사 협상을 통해 식품을 수입하면서 중요하게 활용했던 방법이 첫 수입을 Trial Order로 진행하는 것입니다.
특히 저는 첫 수입에서 제품별 100kg 이상을 기준으로 물량을 협의했습니다.
식품을 처음 수입할 때는 실제 화물이 국내에 도착한 후 식약처 수입신고 과정에서 정밀검사를 받게 됩니다.
제가 약 20개 해외 제조사와 수입을 진행하면서 실제로 사용했던 방식은 첫 수입에서 제품별 100kg 이상을 발주하여 정밀검사를 받고, 적합 판정을 받은 후 동일 제조사의 동일 제품을 다시 수입할 때 정밀검사 면제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컨테이너 한 대를 주문하기보다는 제조사에게 한국의 첫 수입 절차를 설명하고, 제품별 100kg 정도의 Trial Order를 먼저 진행한 후 정밀검사에 문제가 없으면 다음 주문부터 물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협상했습니다.
물론 실제 정밀검사와 면제 적용 여부는 해당 제품과 수입실적 등에 따른 식약처 적용 기준을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수입 과정에서 적용되는 검사 및 수입신고 관련 사항은 식품안전나라에서 최신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 수입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첫 거래를 준비하는 수입자라면 관세사와 함께 검토해 볼 만한 실무적인 방법입니다.
저는 해외 제조사 협상 시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한국에서 첫 수입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대량 주문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제품별 100kg 정도의 Trial Order를 진행하여 한국 식약처 검사를 통과한 후, 문제가 없으면 다음 주문부터 수량을 크게 확대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외 제조사 협상의 배경과 한국의 첫 수입 절차를 설명하면 단순히 “MOQ를 깎아 달라”는 요구보다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한 첫 테스트 주문이라는 논리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거래 조건과 결제 화폐도 해외 제조사 협상의 중요한 부분이다
가격과 MOQ가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면 이제 거래조건(Incoterms)과 결제 화폐 및 지급 방식을 협의합니다.
인코텀즈는 수입자가 운송을 얼마나 직접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다
저는 일반적으로 운송을 직접 관리하기 쉬운 FOB 조건을 선호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거래하는 해외 제조사와 소량으로 LCL 수입을 진행할 때는 제조사가 수입항까지 운송을 책임지는 CFR 또는 CIF 조건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조건이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첫 거래의 물량과 운송 구조에 맞춰 실제 비용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결제조건도 첫 거래일수록 신중하게 협의해야 한다
첫 거래에서는 일반적으로 T/T(전신환 송금)를 이용할 수 있으며, 예를 들어 계약금 30%를 먼저 지급하고 잔금 70%는 선적 후 B/L 사본을 확인한 뒤 지급하는 조건으로 협상하기도 합니다.
다만 제조사의 거래조건과 신뢰도, 거래기간 등에 따라 지급조건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결제 화폐를 바꿨던 경험
결제 화폐 역시 생각보다 중요한 해외 제조사 협상 항목입니다.
제가 태국의 식품 제조사와 거래했을 때 실제로 경험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제조사는 USD(미국 달러)로 가격을 제시했고 처음에는 달러로 결제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가면서 이대로 달러로 결제하면 수입 원가에 상당한 부담이 생기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래은행에 문의하여 태국 바트화(THB) 송금이 가능한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송금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은 뒤 제조사에 USD 가격을 THB 기준으로 다시 산정해 줄 수 있는지 요청했고, 결국 태국 바트화로 결제 화폐를 변경하여 수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당시에는 달러로 결제하는 것보다 환율 측면에서 유리하게 거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거래에서는 상황이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이번에는 태국 바트화 가치가 상승하고 달러가 상대적으로 안정되자 저는 제조사에게 다시 USD 결제를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제조사는 이번에는 “내부 방침상 THB로만 결제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해외 제조사 협상을 할 때 결제 화폐 역시 단순히 수입자가 원하는 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율과 제조사의 내부 정책을 고려하면서 협상해야 하는 거래조건이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특정 통화가 항상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결제 시점의 환율과 실제 송금 비용을 계산하고 필요하면 거래은행에 먼저 확인한 후 제조사와 협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요구하지 말고 협의가 진전될 때 하나씩 확인하라
처음 해외 제조사 협상을 진행하면서 가격, MOQ, 결제조건, 인증서, COA, 제조공정도, 원료배합표 등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요구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 첫 거래라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실제 구매자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실제 수입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도 협상의 순서였습니다.
처음에는 제품에 대한 관심을 전달하고 회사 및 제품 정보를 확인합니다.
제조사의 회신이 오고 실제 거래 가능성이 확인되면 가격과 MOQ를 협의합니다.
가격과 물량이 어느 정도 맞으면 거래조건과 결제방식을 협의합니다.
그리고 실제 거래를 진행하기로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다음에 샘플과 함께 성분표, COA, 제조공정도 등 국내 수입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를 단계적으로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제조사에게도 자연스럽고, 수입자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수입 거래는 한 번의 이메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합의를 하나씩 쌓아가면서 실제 발주까지 연결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맺음말: 숫자가 맞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수입식품 거래에서 좋은 제품을 발견했다고 바로 주문할 수는 없습니다.
해외 제조사 협상을 통해 먼저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가격인지 계산하고, 제조사의 MOQ를 확인한 뒤 첫 거래 물량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래조건과 결제 화폐까지 협의하여 실제로 수입했을 때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제가 여러 해외 제조사 협상을 진행하면서 경험한 것도 결국 같은 원칙이었습니다.
제품이 좋아야 하지만, 숫자까지 맞아야 수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첫 거래에서는 대량 주문보다 Trial Order를 통해 실제 통관과 국내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물량을 확대하는 전략이 훨씬 안전했습니다.
가격과 MOQ,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바로 샘플을 실제로 받아 제품의 맛과 품질을 확인하고, 국내 식품 기준에 맞게 수입할 수 있는지 사전 검토하는 과정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실제 수입 과정에서 진행했던 식품 샘플 테스트와 관능검사, 그리고 수입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제조사로부터 어떤 자료를 받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