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식품 부적합 판정은 식품 수입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입화주가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악재이자,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물리적 손실로 이어지는 마지막 경고등입니다.
이전 글인 [수입식품 서류검사: 식약처 수입신고부터 보완 대응까지 실무 사항]와 [수입식품 정밀검사: 보세창고 샘플 채취부터 검사 비용·소요 기간 총정리]를 통해 식약처 검사 과정의 기본 틀을 살펴보았습니다.
검사 진행 중 식약처로부터 연락이 오면 크게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하나는 수정을 거쳐 살려낼 수 있는 ‘보완지시’이고, 다른 하나는 현품을 국내에 발붙이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부적합’입니다.
과연 수입식품 부적합과 보완지시는 현장에서 어떻게 다르고, 부적합 판정을 받은 화물은 결국 어떤 수순을 밟게 되는지 저의 실제 경험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식약처 부적합이란? 보완지시와의 결정적 차이
수입 현장에서 ‘수입식품 부적합’과 ‘보완지시’를 혼동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두 가지는 수입자가 대응해야 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릅니다.
서류검사 시 발생하는 보완지시 vs 부적합의 차이
서류와 현품 사진이 불명확하거나 표시 사항에 수정·소명이 필요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식약처에서 보완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단순 사진 불명확은 제가 직접 CFS 보세창고로 달려가 제품별로 사방 각도를 명확하게 다시 촬영해서 제출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포장재 문구가 문제가 되면 일이 복잡해집니다.
처음 베트남에서 말린 과일과 과일칩을 수입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저나 관세사나 한글표시사항 스티커를 작성하는 것에만 몰두해 있었고, 오리지널 패키지 겉면에 인쇄된 영문 문구는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서류검사에서 오리지널 표지의 “100% Natural”, “Sugar Free” 문구가 과대광고에 해당한다며 보완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성분표를 정밀 검토해 보니 원료 가공 과정에 미량 포함된 식품첨가물과 그 속에 당류 성분이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100% Natural” 과 ‘Sugar Free’ 문구를 지워야만 했습니다.
고심 끝에 생각한 방안이 패키지 바탕색인 베이지색 스티커를 만들어 문구를 가리기로 했습니다.
이전 글 [수입식품 샘플 테스트, 최종 수입 제품을 결정하는 실무 과정]에서 한글표시사항 스티커 규격을 정하려고 3개의 샘플 중 남겨 놓은 하나가 빛을 발했습니다.
CFS 창고로 직접 달려가지 않고도 가지고 있던 샘플에 정확히 크기를 대어본 뒤 무지 스티커를 맞춤 인쇄소에 발주했고, 3일 만에 스티커를 수령했습니다.
그 즉시 인력센터를 통해 작업 인부 2명을 배정받아 저까지 3명이 보세창고에 가서 작업하겠다고 보세 창고에 ‘보수작업신청서’를 제출한 후에 작업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틀 동안 먼지가 수북한 창고 바닥에서 지옥 같은 수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파렛트 해체 및 분류] ➔ [박스 개봉] ➔ [박스당 100개 제품 개별 추출] ➔ [미세 스티커 부착] ➔ [재입수 및 테이핑] ➔ [파렛타이징]
허리를 꼿꼿이 세우지도 못한 채 이틀간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결국 보완을 완료해 통관은 시켰지만, 이 과정에서 5일치의 추가 보세창고 보관료, 스티커 인쇄비, 인부 2명의 이틀치 인건비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것이 그나마 수정을 통해 통관을 시킨 ‘보완지시’의 실체입니다.
식약처 정밀검사: 보완은 없다, 오직 부적합뿐
서류검사와 달리, 실험실로 샘플이 들어가는 정밀검사는 보완지시라는 개념이 아예 없습니다.
성분 분석을 통해 국내 금지성분이 나오거나 기준치를 초과하는 첨가물이 검출되면 즉시 ‘수입식품 부적합’ 판정이 떨어집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피를 말렸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태국에서 열대과일 음료를 수입할 때였습니다. 음료 안에 씹히는 코코넛 젤리 고형물인 ‘나타드코코(Nata de Coco)’가 들어있었습니다.
관세사에게 성분표와 제조공정도를 전달하니, 나타드코코의 ‘2차 성분표’를 요구했습니다.
해외 제조사에 요청해 원료 공급업체로부터 영문 2차 성분표를 받는 데만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성분표를 본 관세사님이 충격적인 말을 전했습니다.
“2차 성분 중 ‘아세토박터 자일리눔(Acetobacter Xylinum)’이라는 균주 성분이 있는데, 이게 국내 식품 기준상 사용 금지 성분이라 수입이 불가능합니다.”
너무나 답답했습니다.
이미 국내 시중에 나타드코코가 들어간 음료가 정식 통관되어 수없이 판매되고 있는데 수입 불가가 웬 말인가 싶었습니다.
관세사에게 이를 어필하니 제조공정도를 다시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해외 제조사를 설득하고 또 설득해 영업비밀 누설을 우려하던 원료 공급업체로부터 2주 만에 상세 공정도를 겨우 받아냈습니다.
공정도를 보니 ‘발효(Fermentation)’ 과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발효 주체인 해당 균주는 사멸되어 제품에 남아있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식약처 수입 담당자에게 사전 확인을 부탁했지만, 이미 입항되어 접수된 수입건에 대해서만 검사가 가능하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결국 관세사의 권유로 [국민신문고]에 공식 유권해석 질의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 국민신문고란?
국민신문고는 정부 모든 부처 및 공공기관과 연결되어 행정기관의 부당한 처분이나 법령 유권해석을 요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 정부 통합 민원창구입니다. 수입 전 성분의 적법성이 불분명할 때 국민신문고를 통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서면 답변을 받아두면, 추후 수입검사 시 소명 증빙 자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서류와 2차 성분표, 공정도를 첨부해 국민신문고에 질의를 접수했습니다.
그러나 처리 기한 2주를 넘기고 1주 연장 통보를 받은 끝에, 3주 만에 돌아온 식약처의 답변은 고작 3~4줄짜리 원론적인 이야기였습니다.
“현재 제출된 서류만으로는 성분 잔류 여부를 확정할 수 없으며, 실제 수입 진행 시 정밀검사를 통해 적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3주를 기다려 받은 답변이 ‘가지고 들어와서 검사받아봐라’라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관세사님도 해외 전문 서적과 기술 자료를 동원하고 오송에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본부 식품성분 담당자까지 찾아가 직접 만났지만 확실한 확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무런 확신도 없이 trial order(시범 주문) 물량만 믿고 수입을 강행했습니다.
다행히 실험실 정밀검사에서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는지 허무하게 적합 판정을 받아 통관에 성공했습니다.
성분 하나 때문에 허송세월했던 시간과 비용, 타들어 가던 마음고생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입니다.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국내에 판매할 수 없는 이유
정밀검사에서 최종 수입식품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그 화물은 단 한 박스도 국내에 유통되거나 판매될 수 없습니다.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닌 물류 구조상 법적 차단막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식약처 부적합 통보] ➔ [관세청 통관 수리 불가] ➔ [수입신고필증 발급 중단] ➔ [보세창고 반출 지시 불가능]
수입 물품이 국내 창고로 이동하려면 관세청 세관을 통과해 ‘수입신고필증’이 발급되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비로소 보세창고에서 반출 승인이 떨어집니다.
그러나 수입식품 부적합 판정을 받는 순간 식약처의 승인 확인증이 발행되지 않으므로 세관 통관 자체가 즉시 중단됩니다.
따라서 화물은 법적으로 ‘외국 물품’ 상태 그대로 보세창고에 갇히게 되며, 창고 밖으로 물건을 빼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됩니다.
※ 수입식품 부적합 사례 확인하기
실제 수입식품 부적합 사례와 부적합 사유는 식약처 공식 ‘수입식품정보마루’에서 수입식품 부적합 제품 및 사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제품별로 어떤 성분이나 기준 때문에 부적합 판정을 받았는지 확인해 보면 수입 전 사전 검토에 도움이 됩니다.
부적합 제품의 처리 방법: 반송 vs 폐기
통관이 거부된 수입식품 부적합 화물을 보세창고에 영원히 둘 수는 없습니다.
수입자는 일정 기간 내에 반송 또는 폐기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반송(반수출)의 한계
보통은 수입자가 꼼꼼히 확인하지 못한 과실이 명백하다면 화물을 다시 돌려보내는 ‘반송’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송은 말만 반송일 뿐, 실무적으로는 우리가 해외로 수출하는 절차와 완벽히 동일합니다.
o 포워더를 새로 섭외하여 반송 수출 신고를 진행해야 합니다.
o 들어올 때 냈던 운임에 더해, 돌아가는 해상 운임(Ocean Freight)을 수입자가 다시 지불해야 합니다.
o 해외 현지 항구에 도착해서 발생하는 수입 통관 비용 및 현지 운송비까지 수입자 부담으로 귀속될 위험이 큽니다.
결국 제품 원가보다 반송 운임과 발송 비용, 현지 처리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해외 제조사가 운임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한 반송을 선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폐기 처분의 현실
이 때문에 수입식품 부적합 화물은 대부분 ‘국내 폐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나 폐기하는 과정조차 공짜가 아닙니다.
o 위임장 작성 및 제출: 세관 지정 폐기물 업체에 처리 절차를 위임한다는 서류를 제출합니다.
o 폐기 비용 지불: 화물의 무게와 부피(CBM)에 비례하는 소각/파쇄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o 부대 비용 누적: 폐기장까지 이동하는 보세운송료, 세관 감독관 참관 수수료, 그리고 폐기 당일까지 누적된 보세창고 보관료 및 하차료 전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 수입을 진행할 때는 나만의 ‘수입 사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원재료 성분 하나, 패키지 문구 하나까지 샅샅이 검증하여 수입식품 부적합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야 하는 것입니다.
부적합 판정 후 재검사는 가능할까?
수입식품 부적합 판정을 받은 수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다시 검사해 달라고 재검사를 신청할 수 있는가?”입니다.
하지만 재검사나 이의 제기 가능 여부는 단순히 수입자의 요청만으로 결정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검사 종류와 부적합 사유, 검사기관 및 관련 규정에 따라 대응 방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적합 통보를 받았다면 우선 부적합통보서에 기재된 검사 항목과 결과를 정확히 확인하고, 담당 관세사와 관할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재검사 또는 이의 제기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실무적으로는 검사 결과 자체를 뒤집는 것보다 부적합 사유를 정확히 파악한 뒤 반송 또는 폐기 절차와 이후 동일 제품의 재수입 가능성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재검토나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화물은 보세창고에 계속 보관될 수 있으므로, 대응 가능성과 추가 보관료를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수입식품 부적합 발생 시 수입자가 부담하는 총 비용 구조 및 협상법
수입식품 부적합 하나가 터지면 수입자의 통장에서는 일련의 연쇄적인 비용 지출이 발생합니다.
| 비용 발생 항목 | 세부 내용 및 실무 비용 범위 |
| 보세창고 보관료 | 반입 부부터 검사 기간과 부적합 통보 후 처리 대기 기간 동안의 체증식 창고료 및 작업 비용 |
| 폐기 및 운송비 | 정 폐기물 처리비(톤당 수십만 원) + 보세창고에서 폐기장까지의 보세운송료 |
| 행정 부대비용 | 검사 수수료, 관세사 통관/폐기 수속 수수료등 |
| 제품 매입 원가 | 해외 제조사에 이미 송금한 제품 대금 및 최초 해상 운임 및 포워더 비용 전액 상실 |
해외 제조사와의 비용 분담 및 협상 전략
성분 미비나 제조 과실로 인한 수입식품 부적합이라면 당연히 해외 제조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실무적으로는 식약처의 부적합 통보서와 폐기 관련 증빙, 그리고 발생한 보세창고료 및 폐기 비용 영수증을 정리해 해외 제조사에 공식적으로 손실을 통보하면 됩니다.
현금으로 당장 입금받기는 쉽지 않으므로, “향후 수입할 다른 적합 제품의 대금에서 이번 부적합 손실 총액을 차감(Deduction)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손실 회수 방법입니다.
맺음말: 철저한 사전 검증만이 살길이다
수입식품 부적합은 수입업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만 걸려도 그동안 번 돈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 있는 무서운 함정입니다.
저 역시 베트남 과일칩 스티커 작업과 나타드코코 성분 파동을 겪으며 식품 수입이 얼마나 꼼꼼해야 하는지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서류검사 단계의 보완지시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는 노하우도 중요하지만, 최고의 전략은 입항 전 사전 사전 서류 검토를 통해 부적합 가능성을 제로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전 글 [수입 가능 여부 사전 검토, 성분표·제조공정도부터 확인해야 하는 이유] 에서 말씀 드렸듯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결국 수입식품 부적합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화물이 출항하기 전에 성분과 표시사항, 제조업소 정보를 철저히 검토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수입식품 부적합 리스크를 통제하고 모든 검사를 무사히 마쳤다면, 이제 정식 통관을 거쳐 제품을 우리 창고로 가져오는 단계가 남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관세 및 부가가치세 납부, 수입신고필증 발급 및 보세창고 최종 반출 실무’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루어 보겠습니다.